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했다. 아무것도 안 하게 되기 때문이다
첫 릴스 리믹스로 조회수가 터진 후 수익화가 가능했다. 미미한 수익을 보이다가 몇 개의 추가 릴스 조회수가 터지면서 한 번 150달러 정도 수익을 받았다.
인스타그램 계정 삭제
사진 찍는 것이 취미였다. 원래 가지고 있던 인스타그램 계정은 풍경사진을 주로 올리는 계정이었다. 나름 사진을 찍는다고 자부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린 치기와 홍대병이라고 단정 짓는다. 그냥 여행 자랑 사진 정도였다.
아마 13년 말, 14년도 초에 만든 계정으로 기억한다. 여행 사진으로 팔로워를 좀 모았다가 군대를 다녀온 후 팔로워 증가수가 잘 늘어나지 않았다. 계정을 비공개 계정으로 바꿔 그런 것 같았다.
전역 후 얼마 안 가 유튜브에 틱톡 광고가 쏟아지면서 비호감을 얻었지만 이내 급속도로 대세 플랫폼이 되었고 숏폼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인스타그램은 MZ를 놓칠세라 릴스 기능을 만들고 유튜브는 쇼츠란 기능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숏폼은 모든 콘텐츠의 대세가 되었다.
그때까지 릴스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3년인가 지난 시점부터 릴스 리믹스란 기능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내 선에서 웃기다고 느낀 것을 리믹스해 올렸는데 이게 조회수가 터졌고 팔로워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이 릴스 하나 덕분에 수익화를 할 수 있었다.
수익화된 계정을 가지고 이제 릴스를 계속 올리면 어느 정도 수익을 벌 수 있겠구나란 판단이 들었다. 스레드나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밈을 가지고 음원 넣어 업로드를 했다. 어떤 것들이 알고리즘을 받는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내가 확인한 것은 예상도 못하고 있다가 피식하거나 웃긴 콘텐츠들이 반응이 좋았고 릴스 후미에 귀여운 동물들이 나오면 반응이 좋았다. 역사 쪽으로는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희화하는 것 등이 조회수가 좋았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조회수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고 업로드 한 릴스 중 생각보다 애국, 신파적 요소는 간택받지 못했다.
할 일을 못하겠네
나름 분석하며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던 중 배보다 배꼽이 커졌다는 것을 문득 느꼈다. 퇴근 후 무엇을 하겠다가 다짐하고 집에 들어가 인스타그램 릴스에 빠져할 일을 뒤로 미루는 일이 잦아졌다. 오늘 최소한 블로그 글 한 개는 작성해야지, 들어가서 읽던 책을 마저 읽어야지 이런 계획을 하고 집에 들어가면 바로 씻기는커녕 휴대폰을 부여잡고 릴스를 휙휙 넘기며 도파민에 절여지고 있는 나 자신을 봤다. 더욱이 이런 일이 반복되니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추가로 유발됐다.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하자"x365일
분석은 허울 좋은 명분일 뿐 그 핑계로 뇌 뽑고 도파민에 절여지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한심해 극단의 조치로 약 11년간 가지고 있던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했다. 뭔가 불안한 마음도 들었고,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이유 모를 해방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앞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다시 만든다고 하며 목적성을 가지고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개인적인 것을 일절 올리지 않고 수익성을 목적으로 개설하거나 마케팅이 필요할 때 사용할 계획이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한 덕분에 오늘, 현재 블로그 글 2개를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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